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백룸 영화 리뷰 (공간연출, 리미널스페이스, 케인파슨스)

by 절민 2026. 7. 7.

 

20살 감독이 만든 영화가 A24 역사상 최연소 감독 데뷔작이라는 말을 듣고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에서 보고 나오면서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이게 정말 20살이 만든 거 맞아?" 백룸 시리즈 영상을 미리 챙겨봤던 저도, 함께 간 남편도 상영 내내 그 노란 벽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800평 세트가 만들어낸 공간의 공포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는 배우도, 스토리도 아닌 공간 자체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노란 벽, 지지직거리는 형광등, 칙칙한 카펫. 이 풍경을 CG 없이 실제 세트로 구현했는데 그 크기가 800평이 넘는다고 합니다. 촬영 중에 스태프들이 실제로 길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이상하게 불편함을 느꼈는데, 나중에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영화 속 건물 공간이 사실상 모두 사각형으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형이나 타원 같은 유기적인 형태가 거의 없고, 통로도 조명도 전부 직각입니다. 이 '사각형의 공포'라고 부를 수 있는 시각적 압박이 심리적 불안을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이런 공간을 영화 이론에서는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라고 부릅니다. 리미널 스페이스란 두 상태 사이의 중간 공간, 즉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도 없는 텅 빈 익숙한 장소를 뜻합니다. 텅 빈 학교 복도, 영업이 끝난 쇼핑몰, 아무도 없는 수영장 같은 곳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백룸은 이 개념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공간입니다.

기존 유튜브 시리즈는 1인칭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파운드 푸티지란 등장인물이 직접 촬영한 것처럼 편집된 영상 기법으로, 현실감은 높지만 화면이 흔들려 멀미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반면 이번 영화는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저처럼 원작 영상에서 어지러움을 느꼈던 분들도 훨씬 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공포 영화는 보통 어둡고 그림자가 짙어야 무섭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정반대입니다. 공간은 항상 형광등으로 환하게 켜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밝음이 오히려 더 섬뜩합니다. 숨을 곳도, 눈을 피할 그늘도 없이 전부 적나라하게 드러난 공간에서 느끼는 공포는 어둠의 공포와는 결이 전혀 다릅니다.

  • 실제 세트 규모 800평 이상, CG 최소화
  • 사각형만으로 구성된 공간이 만드는 심리적 압박
  • 리미널 스페이스 개념을 극단까지 구현한 연출
  • 3인칭 시점으로 원작 시리즈보다 접근성 높음
  • 밝은 형광등이 오히려 더 무서운 역설적 공포 연출
요약: 800평 실제 세트와 사각형 구조, 형광등 조명이 만들어내는 리미널 스페이스의 공포가 이 영화의 시각적 핵심입니다.

오락영화를 기대했다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킬링타임용 오락영화를 기대하고 들어갔습니다. 백룸 유튜브 시리즈가 워낙 스릴 위주였으니까요.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뭔가 생각이 많아지는 작품성 있는 영화를 본 기분이었습니다. 이게 저한테는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두 주인공 클락과 메리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트라우마에 갇혀 있는 인물들입니다. 가구점 사장 클락은 건축가라는 꿈에 실패하고 이혼 후 혼자 가게에서 먹고 자는 남자입니다. 정신과 의사 메리는 어린 시절 자기 집이 허물어지는 것을 목격한 뒤 생긴 상처를 여전히 안고 삽니다. 남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직업을 가졌으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은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인물이에요.

영화는 데페이즈망(Dépaysement)이라는 초현실주의 기법을 공간 연출에 적극 활용합니다. 데페이즈망이란 익숙한 사물이나 공간을 낯선 맥락에 배치해 이질감과 불안을 유발하는 기법으로,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 백룸 안에서 클락이 마주치는 의자 바리케이드, 뒤집힌 스톱 사인, 나무로 만들어진 거인은 모두 그의 삶과 심리가 공간 속에 투영된 결과입니다. 제가 영화를 보며 막연히 기분 나쁘다고 느꼈던 장면들이 사실 이런 원리로 설계된 것이었습니다(출처: IMDb - The Backrooms).

러닝타임 1시간 51분 중 개인적으로 중간중간 지루하게 느껴지는 구간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엔티티(Entity), 즉 백룸 안에 존재하는 괴물 같은 존재들이나 다양한 백룸 레벨을 보여주는 장면에 더 비중을 뒀다면 대중성은 더 높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케인 파슨스 감독이 원작 유튜브 시리즈를 16살에 시작해 20살에 A24 배급 장편 영화를 완성한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지만, 이번 작품은 팬들이 기대하는 백룸 특유의 장르적 쾌감보다 작품성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습니다.

영화가 끝까지 백룸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답을 주지 않는 것도 의도된 연출입니다. 미스터리를 푸는 영화가 아니라 미스터리 자체를 다루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결말에서 필이 던지는 마지막 대사, 그리고 메리의 마지막 모습은 꽤 오래 머릿속에 남습니다. 컨저링이나 인시디어스처럼 유니버스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면, 다음 편에서는 대중성과 작품성의 균형을 좀 더 맞춰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요약: 오락 공포영화보다 심리 드라마에 가까운 작품으로, 작품성은 높지만 대중적 장르 쾌감을 기대했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백룸 영화, 원작 유튜브 시리즈 안 봐도 이해할 수 있나요?

A. 네,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영화 도입부가 백룸이라는 공간을 모르는 관객을 위한 안내 역할을 합니다. 다만 원작 시리즈를 미리 보면 에이싱크(Async)라는 조직의 배경이나 공간 설정을 훨씬 빠르게 흡수할 수 있어서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Q. 공포 영화 잘 못 보는데 이 영화도 많이 무섭나요?

A. 갑자기 튀어나오는 점프 스케어 위주의 공포는 아닙니다. 대신 텅 빈 공간과 끝없는 복도가 주는 심리적 압박감이 영화 내내 이어집니다. 귀신이 나와서 무서운 영화보다는 '이 공간에서 못 나갈 것 같다'는 폐소공포에 가까운 불안감입니다.

 

Q. 백룸 영화 결말이 열린 결말인가요? 속편이 있나요?

A. 결말은 열린 결말에 가깝습니다. 영화는 백룸이 무엇인지 끝까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으며, 마지막 장면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속편이나 시리즈 확장 계획은 현재 공식 발표된 바가 없지만, A24 배급이라는 점에서 유니버스 확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Q. 케인 파슨스 감독이 정말 20살인가요? 백룸 시리즈를 언제부터 만들었나요?

A. 맞습니다. 케인 파슨스는 16살이던 때부터 유튜브에 백룸 파운드 푸티지 시리즈를 올리기 시작해 총 22편을 제작했고, 이 시리즈가 화제가 되면서 A24와 접촉해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습니다. 영화 개봉 기준으로 20살이며, A24 역사상 최연소 감독입니다.


결론

백룸은 제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영화였습니다. 엔티티가 쫓아오는 스릴을 기대하고 갔다면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관객 반응도 그렇게 나뉘었고, 저도 영화 중반에 지루함을 느낀 건 솔직히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영화관을 나와서도 노란 벽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클락이 결국 식탁 의자가 되어버리는 장면, 메리가 끝까지 소통을 거부하는 마지막 모습이요. 20살 감독이 이 정도의 심리적 깊이를 공간으로 시각화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분히 극장에 가볼 이유가 됩니다. 백룸 시리즈를 모르더라도, A24 특유의 밀도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보시길 권합니다.

[출처] https://youtu.be/obCUZpWl9po?si=4tL-IOqTMN9CjpPL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