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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걸 (캐릭터, 액션, 빌런)

by 절민 2026. 7. 11.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주인공이 강할수록 영화도 강해진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개봉한 DCU의 두 번째 스크린 영화 '슈퍼걸'을 보고 나서 그 믿음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1984년 이후 42년 만에 나온 슈퍼걸 실사 솔로 영화, 기대가 컸던 만큼 몇 가지 짚어볼 게 생겼습니다.

 

 

캐릭터 — 밀리 올콕, 의외의 적중

사실 캐스팅 발표가 났을 때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기존 슈퍼걸의 이미지는 금발에 건강미 넘치는 전형적인 미인형이었고, 밀리 올콕은 그 틀과는 거리가 있었으니까요. 실제로 캐스팅을 두고 팬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번 카라 조엘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잊기 위해 스스로 붉은 태양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 힘을 약화시키면서까지 술에 취하려 하는 자기 파괴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여기서 붉은 태양이란 크립톤인의 신체 능력을 황색 태양 아래보다 현저히 떨어뜨리는 특정 파장의 항성광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슈퍼걸이 스스로 약해지는 환경을 선택한다는 거죠.

이 설정이 꽤 신선했습니다. 초월적인 힘을 가졌으면서도 그 힘이 오히려 자신을 더 고립시킨다는 역설, 밀리 올콕의 거칠고 날이 선 분위기가 이 캐릭터에는 오히려 딱 맞았습니다. 직전 작품인 슈퍼맨에서 카메오처럼 등장했을 때부터 인상이 강렬했는데, 독립 영화에서도 그 에너지가 잘 유지됐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띈 건 제이슨 모모아가 연기한 현상금 사냥꾼 로보였습니다. 로보는 코믹스 원작에서도 엄청난 괴력과 불사에 가까운 재생 능력을 가진 캐릭터로 유명한데, 여기서 재생 능력이란 신체 손상을 빠르게 복구하는 초인적 회복력을 의미합니다. 제이슨 모모아가 이 역할을 맡은 순간 "아, 이건 싱크로율이 100%겠다" 싶었고, 실제로도 코믹스 페이지를 찢고 나온 것 같은 비주얼과 에너지를 보여줬습니다.

  • 밀리 올콕의 카라 조엘 — 거칠고 자기 파괴적인 설정이 신선하게 작동
  • 제이슨 모모아의 로보 — 원작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
  • 크립토 — 슈퍼 파워를 가진 강아지 캐릭터로 감정선의 핵심 축
요약: 캐스팅에 대한 우려와 달리 밀리 올콕은 새로운 슈퍼걸로서 충분한 존재감을 증명했고, 제이슨 모모아의 로보는 원작 팬도 납득할 만한 완성도를 보였습니다.

 

액션 — 체급은 우주급인데 스케일은 왜 동네급인가

솔직히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슈퍼걸은 설정상 슈퍼맨과 동급, 어쩌면 그 이상의 물리적 능력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히트 비전이란 눈에서 발사하는 열선 에너지로, 슈퍼걸의 경우 슈퍼맨보다 출력이 더 크고 강력하다는 설정이 원작에 존재합니다. 이 히트 비전 하나만으로도 인상적인 시퀀스를 여러 개 뽑아낼 수 있었을 텐데, 막상 영화에서는 그럴 만한 장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작 슈퍼맨에서 미스터 테리픽의 액션 신이나 레이저 팽이 장면이 뇌리에 꽂혔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슈퍼걸의 액션에서 "이 장면은 진짜였다"고 꼽을 수 있는 시퀀스가 없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예고편에서 보여준 슈퍼맨 체급의 발차기 장면은 분명 임팩트가 있었는데, 막상 영화 전체 흐름에서 그 뽕이 쌓이질 않았어요.

이유 중 하나는 스토리 진행을 위해 영화 내내 슈퍼걸의 능력을 억제하는 서사 장치를 반복해서 사용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억제 장치를 영화 용어로는 파워 디버프(Power Debuff)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주인공이 어떤 이유로 본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막아두는 설정입니다. 마블도 솔로 영화에서 스케일을 조절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지금 DCU는 그럴 타이밍이 아닙니다.

DC는 한 차례 리부트를 거쳐 이제 막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하는 시점입니다(출처: DC Comics 공식). 마블 MCU도 페이즈 1 초반에는 인크레더블 헐크, 토르 1편처럼 흥행과 평가 모두 고전한 작품들이 있었지만, 아이언맨 1편이 워낙 강렬하게 첫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에 유니버스 전체가 굴러갈 수 있었습니다. DCU는 지금 그 첫인상을 쌓는 단계인데, 슈퍼걸이 그 역할을 하기엔 액션의 밀도가 아쉬웠습니다.

요약: 우주급 체급을 가진 캐릭터임에도 파워 디버프 장치 반복 사용과 임팩트 있는 시퀀스 부재로 액션의 체감 스케일이 전작 슈퍼맨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빌런 — 메인 악당이 납득이 안 되면 히어로도 빛이 바랜다

히어로 영화에서 빌런의 완성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슈퍼걸이 다시 한번 증명해줬습니다. 메인 빌런 크램은 전 우주를 뒤흔든 존재로 묘사되지만,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솔직히 슈퍼걸이 코딱지 파서 던진 것에도 맞을 것 같은 비주얼과 존재감이었습니다.

히어로 영화에서 빌런의 설득력은 영화 용어로 스레트 크레더빌리티(Threat Credibility), 즉 관객이 "이 악당은 진짜 위험하다"고 납득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이 신뢰도가 낮으면 히어로가 고전하는 장면이 나와도 긴장감이 생기지 않습니다. 크램은 이 부분에서 뚜렷하게 부족했습니다.

이는 원작 그래픽 노블 '우먼 오브 투모로우'와의 각색 차이에서도 드러납니다. 원작에서는 루시의 성장담이 중심축이고 슈퍼걸은 루시가 복수와 증오에 빠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역할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DCU 슈퍼걸의 첫 솔로 작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카라 중심으로 재편됐고, 그 과정에서 빌런의 무게감보다 주인공의 감정선에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각색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결과적으로 빌런이 받아야 할 서사적 무게를 덜어내는 방향으로 작용해버렸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기준 현재 평론가 점수 57%).

결말에서 카라가 루시에게 복수는 자신을 망가뜨린다고 설교한 직후 본인이 직접 크램에게 복수 멘트를 뱉으며 마무리하는 장면도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싶었습니다. 루시와 카라가 뒤돌아서는 순간 로보가 처리하는 식으로 정리됐다면, 로보라는 캐릭터의 존재 이유와 두 인물의 성장이 한 장면에서 동시에 완성됐을 텐데요. 그 선택을 하지 않은 게 두고두고 아쉬웠습니다.

요약: 메인 빌런의 스레트 크레더빌리티 부족과 원작 각색 과정에서 발생한 서사 구조의 무게 불균형이 영화의 전체 설득력을 약화시켰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슈퍼걸 영화 쿠키 영상 있나요?

A. 없습니다. 엔딩 크레딧 이후 쿠키 영상은 별도로 없으니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셔도 됩니다.

 

Q. 슈퍼걸 밀리 올콕 연기 괜찮나요? 캐스팅 논란이 있었던 것 같아서요.

A. 캐스팅 발표 당시 우려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 기존 슈퍼걸 이미지와 다르다는 이유로 거부감을 가졌던 분들도 실제 영화를 보고 나서는 납득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거칠고 자기 파괴적인 이번 카라 조엘 캐릭터에는 오히려 밀리 올콕 특유의 분위기가 잘 맞았습니다.

 

Q. 슈퍼맨 먼저 보고 가야 하나요?

A. 필수는 아니지만, DCU 슈퍼맨을 먼저 보고 가면 카라가 처음 등장하는 맥락과 크립토의 존재감을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슈퍼맨을 리마인드 관람 후 슈퍼걸을 봤는데, 비교가 되면서 오히려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Q. 로보는 얼마나 비중이 있나요? 제이슨 모모아 팬인데요.

A. 비중 자체는 조연 수준이지만 존재감은 확실합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로보 같은 강력한 캐릭터가 합류하면 액션이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 기대하기 쉬운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기대만큼의 전투 활약보다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으로 인상을 남기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슈퍼걸은 캐릭터 자체의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준 영화입니다. 밀리 올콕의 카라 조엘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인물이고, 제이슨 모모아의 로보도 향후 DCU 확장이 기대됩니다. 강아지 크립토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도 극장을 찾을 이유는 됩니다. 저도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에서 크립토 관련 장면들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DCU가 지금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전작 슈퍼맨이 잘 해낸 것들을 이번 작품이 따라가지 못한 부분이 아쉽습니다. 국내 관람객 평점 기준으로 6.5~7점대, 킬링타임용으로는 무난하지만 DCU의 기반을 단단하게 다지는 역할로는 조금 부족했습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이번에 보여준 캐릭터들의 가능성이 온전히 터지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https://youtu.be/chyEeUq1sDI?si=hcXBwPkmyBXU0f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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