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완결까지 전부 챙겨봤던 작품이 실사화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2010년 영화판의 트라우마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넷플릭스 드라마판 시즌 1을 하루 만에 정주행하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영화판의 흑역사, 드라마판은 달랐나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2010년에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연출한 실사 영화판을 극장에서 3D로 직접 봤는데, 영화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몇몇 영상 장면만 뜨문뜨문 남아있을 정도였습니다. 1억 5천만 달러라는 블록버스터급 제작비를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액션 신은 동네 태권도장 시범 수준이라는 혹평을 받으며 영화 역사상 최악의 실사화 중 하나로 기록된 작품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판 공개 소식을 들었을 때도 제작 발표 초기부터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 예고편조차 챙겨보지 않은 채 첫 화를 틀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영화판과는 차원이 다른 퀄리티였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러닝타임에 있다고 봅니다. 영화판은 1시간 40분이라는 시간 안에 원작 시즌 1 전체를 억지로 욱여넣었습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은 회당 약 20분, 시즌당 20부작으로 총 세 개의 시즌으로 방영된 작품인데, 그 분량을 100분짜리 영화 한 편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습니다. 반면 드라마판은 회당 평균 50분, 총 8부작으로 구성되어 훨씬 여유 있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드라마 포맷으로 만들어졌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싱크로율, 직접 보니 어떨까
원작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들은 동아시아와 이누이트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캐릭터들입니다. 영화판이 가장 크게 욕을 먹었던 지점 중 하나가 바로 미스캐스팅, 즉 캐릭터와 배우의 외모·분위기가 전혀 맞지 않는 캐스팅이었습니다. 싱크로율(Synchro Rate)이란 원작 캐릭터와 실제 배우 사이의 외적·연기적 일치도를 가리키는 표현인데, 영화판은 이 부분에서 사실상 낙제점이었습니다.
드라마판은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주요 캐릭터들 대부분이 원작 애니메이션과 꽤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불의 제왕 오자이 역 배우는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배우인데, 차갑고 권위적인 분위기가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배우 덕분에 오자이 장면마다 긴장감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캐릭터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실사화 작품은 캐스팅에서 실망을 준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번 드라마는 그 우려를 충분히 넘어섰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넷플릭스 원피스 실사 드라마와 비교해도, 캐릭터 싱크로율 면에서는 아바타 드라마판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합니다.
- 아앙: 어리고 천진난만한 분위기를 잘 살린 캐스팅
- 카타라·소카 남매: 원작의 물의 부족 느낌이 잘 살아있음
- 주코: 화상 흉터와 내면의 갈등을 설득력 있게 소화
- 오자이: 로스트 출신 배우의 카리스마가 캐릭터와 맞아떨어짐
밴딩 액션, 기대 이상이었던 이유
이 드라마를 보고 가장 깜짝 놀랐던 건 밴딩(Bending) 액션 씬이었습니다. 밴딩이란 물·불·흙·공기의 원소를 신체 동작으로 제어하는 능력을 가리키며, 각 원소마다 태극권·남권·홍가권·팔괘장 같은 실제 무술 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것이 원작 애니메이션의 큰 특징입니다. 이걸 실사로 옮기는 것이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을 텐데, 드라마판은 여기서 생각보다 훨씬 잘 해냈습니다.
CG(컴퓨터 그래픽) 퀄리티가 흠잡을 데 없다고는 말하기 어렵고, 일부 장면에서는 원피스 실사판처럼 조금 엉성하다는 인상을 받은 건 솔직히 사실입니다. 그러나 배우들의 신체 연기, 즉 무술 동작과 CG가 맞물리는 방식이 영화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자연스러웠습니다. 영화판의 액션이 동네 태권도장 시범 같다고 혹평받았던 것과 대조적으로, 드라마판의 밴딩 씬은 원소마다 고유한 움직임의 질감이 살아있었습니다.
참고로 원작 애니메이션의 밴딩 무술 설계는 당시에도 굉장히 세심하게 고증된 것으로 평가받았는데(출처: Nickelodeon), 실사 드라마판이 그 디테일을 어느 정도 계승하려 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니켈로디언이 파라마운트의 자회사임에도 이 드라마가 파라마운트 플러스가 아닌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것은, 비슷한 시기에 헤일로 실사 드라마 제작이 맞물리면서 파라마운트 쪽에서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제작 배경을 감안하면 이 정도 퀄리티는 충분히 선방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시즌 2 기대, 그리고 아쉬운 점
드라마판 시즌 1을 정주행하고 나서 든 솔직한 감상은, "이 정도면 시즌 2가 진짜 기대된다"였습니다. 원작 애니메이션 시즌 2인 '흙의 서'는 아바타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시즌으로, 드라마판이 이걸 어떻게 소화할지가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원작에서 회당 20분짜리 20부작으로 촘촘하게 쌓아올린 캐릭터 간의 관계도와 감정선이, 드라마판 8부작으로는 다소 압축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아앙과 카타라, 소카의 유대감이 형성되는 과정이 조금 빠르게 지나간다는 인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건 포맷의 한계이지, 연출의 실패는 아니라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 실사화는 원작 팬들에게 혹평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번 드라마는 원작 팬으로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저처럼 애니메이션 완결까지 전부 챙겨본 분들도, 넷플릭스 실사 드라마판을 아이와 함께 보기에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자체 공개 데이터에 따르면 공개 초기 수주 내에 상당한 시청 시간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출처: Netflix Tudum), 그 인기가 시즌 2 제작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개인 평점은 5점 만점에 4.5점입니다. 실사화된 애니메이션 드라마 중에서는 현재까지 압도적인 퀄리티라고 생각하고, 원피스 실사판보다도 한 단계 위라는 게 솔직한 평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원작 애니메이션을 안 봐도 넷플릭스 드라마를 재밌게 볼 수 있나요?
A.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드라마판은 세계관 설명을 자체적으로 충실히 담고 있어서, 원작을 모르는 분들도 큰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습니다. 다만 원작을 먼저 보면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이 있다면 애니메이션 시즌 1을 먼저 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Q. 2010년 영화판 아바타랑 넷플릭스 드라마판이 얼마나 차이가 나나요?
A. 비교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영화판은 1억 5천만 달러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액션, 캐스팅, 스토리 전개 모두에서 혹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드라마판은 밴딩 액션의 완성도와 캐릭터 싱크로율 면에서 영화판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영화판 때문에 드라마판을 망설이고 계신다면, 그 걱정은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Q. 아이와 함께 봐도 괜찮은 드라마인가요?
A.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기에 적합한 드라마입니다. 원작 애니메이션 자체가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제작된 작품이었고, 드라마판도 그 방향성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투 장면이 있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아서,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함께 즐길 수 있는 수준입니다.
Q. 넷플릭스 아바타 드라마 시즌 2는 나오나요?
A. 시즌 1의 흥행을 바탕으로 후속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습니다. 원작 애니메이션 기준으로 시즌 2인 '흙의 서'는 시리즈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파트인 만큼, 드라마판의 시즌 2가 어떤 방식으로 이를 소화할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결론
실사화 애니메이션에 대해 일반적으로 "원작을 망친다"는 인식이 강한데, 이번 넷플릭스 아바타 드라마판은 그 편견을 꽤 성공적으로 깨뜨린 사례라고 봅니다. 영화판의 흑역사를 기억하는 분들일수록 오히려 더 놀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 완결까지 봤던 원작 팬으로서도, 드라마판을 보는 내내 8부작이 이렇게 짧게 느껴진 적이 없었을 정도로 몰입했습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영화판 때문에 망설이지 마시고 일단 1화를 틀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원작 애니메이션이 궁금해지셨다면 애니를 먼저 챙겨보셔도 후회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