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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퇴마록 리뷰 (퀄리티, 스토리, 캐릭터)

by 절민 2026. 7. 8.

솔직히 저는 극장에 가기 전까지 반신반의했습니다. 1998년 실사 영화의 기억이 너무 강하게 남아 있어서, '퇴마록'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그 실망감이 먼저 떠올랐거든요. 중학생 때 처음 읽었던 그 소설이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걱정을 품은 채 극장 좌석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그 걱정이 무색해졌습니다. 국산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완성도가 높았고, 오랫동안 잊고 있던 설렘이 되살아났습니다.

 

퀄리티: 국산 애니메이션의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산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기술적 완성도가 아직 부족하다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런 생각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극장에서 보고 나니 그 인식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로커스가 제작한 이번 애니메이션 퇴마록은 3D 렌더링 기반 위에 2D 카툰 셰이딩을 입히는 방식, 이른바 토온 셰이딩(Toon Shading) 기법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토온 셰이딩이란 3D 그래픽을 손으로 그린 2D 만화처럼 보이게 만드는 렌더링 기술로, 입체감과 작화 감성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 기법이 퇴마록의 어두운 오컬트 분위기와 굉장히 잘 어우러졌습니다.

"아케인을 베낀 것 아니냐"는 말도 종종 들립니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합니다. 아케인 역시 이 같은 흐름 안에 있는 작품이지, 그 흐름의 기원이 아닙니다. 퇴마록은 제작 기간만 약 12년으로, 아케인 공개 이전부터 기획이 시작된 작품입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두 작품이 비슷한 미감을 공유하는 것은 같은 시대의 흐름을 함께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운드 연출과 조명 처리였습니다. 어두운 골목, 빗소리, 낡은 편의점 조명 아래 박 신부가 서 있는 장면은 제가 중학생 때 소설을 읽으며 머릿속에 그렸던 장면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저예산이라고 믿기지 않는 세밀함이었습니다.

  • 토온 셰이딩 기법으로 3D와 2D 감성을 동시에 구현
  • 제작 기간 약 12년, 아케인과는 독립적인 창작 노선
  • 조명·사운드 연출에서 오컬트 분위기를 한국적으로 잘 살려냄
  • 국제 무대에서도 경쟁 가능한 수준의 기술적 완성도
요약: 토온 셰이딩 기법으로 완성된 퇴마록의 비주얼은 국산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기준을 한 단계 올려놓은 성취입니다.

스토리: 원작 팬이라서 오히려 더 보인 것들

일반적으로 원작이 있는 애니메이션은 원작 팬일수록 더 만족하기 쉽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번만큼은 그 공식이 반반으로 갈렸습니다. 원작을 알기 때문에 좋았던 장면도 있었고, 원작을 알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습니다.

먼저 좋았던 것들부터 말씀드리면, 아스타로트의 등장이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아스타로트는 원작 퇴마록에서 지옥의 서열 3위로 등장하는 대악마로, 원작 팬이라면 이 캐릭터가 나오는 순간 세계 편과 블랙 서클로 이어지는 떡밥을 바로 알아챌 수 있습니다. 극장 안에서 저도 모르게 팔꿈치를 세웠던 기억이 납니다. 비 오는 날 편의점에서 레쓰비를 마시던 박 신부가 장준후와 처음 마주치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스마트폰이 넘쳐나는 2020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90년대 소설 특유의 결을 살린 연출이었습니다.

반면 현암의 서사는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현암은 태극기공(太極氣功)을 사용하는 퇴마사로, 태극기공이란 태극의 원리를 활용한 기 수련 체계로 퇴마록 세계관에서 탄자결·투결·폭결 등 아홉 가지 구결로 이루어진 전투 기술입니다. 원작에서 현암의 개성은 바로 이 구결들을 상황에 맞게 구사하는 데 있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태극패를 꺼내는 장면 외에는 이 매력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오른팔에 감긴 붕대 하나를 던져놓고 설명 없이 넘어가는 것도 아쉬운 선택이었습니다.

준후의 캐릭터 설정에서도 서교주와의 관계가 지나치게 단순하게 처리됐다고 느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부정을 원하는 복잡한 감정이 공존해야 했는데, 그 층위가 영상에서는 잘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빌런이 1차원적으로 처리된 아쉬움도 거기서 나옵니다. 런닝타임 85분이라는 제약이 컸을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조금만 더 긁어줬으면 싶은 지점들이었습니다.

요약: 아스타로트 등장과 박 신부 서사는 원작 팬 모두가 공감할 만한 연출이었지만, 현암의 능력과 빌런의 입체성은 충분히 살려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캐릭터: 예상 밖의 매력과 예상 안의 아쉬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덩치 큰 박 신부가 여성 팬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극장을 나오면서 주변 반응을 들어보니 박 신부 캐릭터에 대한 호감이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상처 있는 중년 남성이라는 전형을 오히려 매력 포인트로 치환한 캐릭터 디자인이 통한 것 같습니다.

승희 캐릭터 디자인도 처음에는 다소 과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승희는 미대 재학생이라는 설정 위에 애염명왕(愛染明王)이 깃들어 있는 인물입니다. 여기서 애염명왕이란 힌두교와 불교에서 욕망과 분노를 다스리는 신격으로, 퇴마록 세계관에서 승희의 몸을 임시 거처로 삼고 있는 존재입니다. 신격이 깃든 인물이 평범한 직장인 스타일로 입고 다닌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했을 것입니다. 펑키한 의상이 오히려 캐릭터의 이중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요 성우진의 연기력도 캐릭터 몰입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캐릭터의 무게감이 느껴졌고, 특히 박 신부와 아스타로트가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원작 특유의 무거운 철학적 긴장감이 살아났습니다. IP(지식재산권)란 원작 콘텐츠가 가진 세계관, 캐릭터,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는 권리로, 성공한 IP 하나가 파생 콘텐츠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납니다. 퇴마록은 한국 장르 문학에서 손꼽히는 IP인 만큼(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이번 애니메이션의 성공 여부가 이후 시리즈 전체의 방향을 좌우할 것입니다.

12세 관람가 등급에 대해서는 제 경험상 조금 의아했습니다. 고어하거나 공포스러운 연출이 분명히 있었고, 어린 자녀와 함께 간 부모님들이 당황할 만한 장면도 있었습니다. 15세 이상 관람가가 좀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요약: 박 신부와 승희의 캐릭터 디자인은 기대 이상의 매력을 발휘했고, IP로서 퇴마록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중요한 첫발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퇴마록 원작을 모르면 애니메이션을 이해하기 어렵나요?

A. 원작을 전혀 몰라도 큰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캐릭터 간 관계 설명이 다소 빠르게 넘어가는 부분이 있어, 원작을 아는 분들이라면 서사의 깊이를 좀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처음 접하는 분들도 85분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느낄 정도로 몰입감이 있었습니다.

 

Q. 애니메이션 퇴마록이 아케인 스타일을 베낀 거 아닌가요?

A.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3D 기반에 토온 셰이딩을 입히는 방식은 아케인 이전부터 이어져 온 흐름으로, 두 작품은 같은 시대적 미감을 공유하는 것이지 하나가 다른 하나를 모방한 관계가 아닙니다. 퇴마록의 총 제작 기간은 약 12년으로, 기획 시점이 아케인보다 앞섭니다.

 

Q. 12세 관람가인데 아이와 함께 봐도 괜찮을까요?

A. 등급은 12세 관람가지만, 제 경험상 공포스럽고 다소 고어한 연출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포나 오컬트 장면에 민감한 어린 아이라면 부모가 미리 내용을 확인한 뒤 동반 관람 여부를 결정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5세 이상이 좀 더 적합하다는 생각입니다.

 

Q. 후속작은 언제 나오나요?

A. 공식 확정된 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 퇴마록 1편의 흥행 결과가 후속 시리즈 제작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2편에서는 '초상화는 부르고 있다' 에피소드와 현암·월향 관련 서사가 다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결론

퇴마록 애니메이션은 수작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한국 애니메이션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준 작품으로 먼저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온 셰이딩 기술력은 세계 무대에서도 꿀리지 않는 수준이었고, 오컬트 분위기를 한국적으로 풀어낸 연출 감각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토리와 캐릭터 면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거대한 IP의 첫 발걸음치고는 충분히 설레는 시작이었습니다.

원작을 아는 분이라면 꼭 극장에서 보시길 권합니다. 처음 접하는 분들도 85분을 후회 없이 쓸 수 있을 만큼 볼거리가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시리즈가 이 가능성을 어디까지 밀어붙일지, 저는 그게 가장 궁금합니다.

참고: https://youtu.be/V5_AmrFpaVQ?si=oLIToj-kxaPXW3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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